2021. 10. 17. 09:00ㆍ케이칼럼
안녕하세요. 케이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증권사 리포트나 언론사를 통해 기저효과란 용어를 접한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저효과의 반대말이라 칭하는 역기저효과(기고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분들은 안 계신가요?
들어가기 앞서 기저와 기저효과의 뜻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저(基底)
1. 어떤 것의 바닥이 되는 부분.
2. 사물의 뿌리나 밑바탕이 되는 기초.
3. 수학 주어진 벡터 공간에 속하는 원소의 모임으로, 임의의 벡터를 그 집합에 속하는 벡터들의 일의적(一意的)인 일차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집합.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기저효과(基底效果, base effect)
경제 기준 시점의 위치에 따라 경제 지표가 실제 상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진 현상.
출처 : 우리말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축되거나 부풀려진 상황 모두 기저효과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저효과와 역기저효과(기고효과)를 나누어 설명한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기저효과
앞전 실적이 좋지 않아 이번 실적이 조금만 개선되어도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역기저효과(기고효과)
앞전 실적이 좋아 이번에 좋은 실적을 내도 성장하지 못했다고 느껴지는 현상.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렇게 양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기저(基底)의 底(밑 저)를 低(낮을 저)로 착각해, '역(逆 : 거스를 역)기저효과'와 '기고(高 : 높을 고)효과'란 용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즉 잘못된 용어란 것이죠.
게다가 'reverse base effect' 혹은 'high base effect'를 함께 표기해 마치 외국에서도 통용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구글에 검색해보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곳을 찾기 힘들기도 하고 사용하고 있다 해도 대부분이 우리나라입니다...
결론적으로 기저효과의 기저는 밑바탕을 뜻하기에 반대말이 따로 필요 없으며, 기준 시점이 높을 때나 낮을 때나 기저효과란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증권사 리포트, 언론사, 블로그 심지어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조차 역기저효과(기고효과)를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어 뜻이 왜곡된 채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잘못된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된 것일까요?
유통株 1월 실적은 설특수로 반짝호조 - 매일경제 (mk.co.kr)
- 한투증권도 유통업종 1월 매출이 늘어나긴했지만 주로 정기세일과 설특수에 따른 효과이고 2월엔 역기저효과로 인해 매출감소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05032482996
- 반면 기아차 수출단가는 기고효과로 3.1% 하락한 1만1,355달러를 기록했다고 소개.
역기저효과는 2003년, 기고효과는 2005년 기사에서 처음으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전하는 기사네요. 따라서 애널리스트가 만든 용어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고치지 않은 언론사에도 책임이 없다 말하기는 힘들겠지요.
관련해 의문을 느끼고 2013년 국립국어원에 질문하신 분도 계신데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57800
보다시피 당시 국립국어원에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질문자님이 '기저효과'라고 하셨음에도 답변에 '기조효과' 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네요. 따라서 2013년에도 아직 용어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는 위아래가 있기도 하고, 밑바탕이라고 하니까 기저는 아래에 있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싶어 아직 확실하게 못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기저질환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기저질환과 기저효과의 '기저'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죠. 같은 선상에서 봤을 때 기저질환의 반대말이 있다고 여겨지시나요? 설사 반대말이 있다고 해도 '역기저질환(기고질환)'이 옳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저효과에서 굳이 높낮이를 표현해야 한다면 '높은 기저' 또는 '낮은 기저'를 사용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도 제대로 알아가셨으면 하고, 지금부터라도 '역기저효과(기고효과)'란 잘못된 용어를 사용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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